[책마을] '범죄학 아버지'가 본 천재성과 광기의 연결고리

입력 2015-11-12 18:37  

미쳤거나 천재거나

체자레 롬브로조 지음 / 김은영 옮김 / 책읽는귀족 / 568쪽 / 2만5000원



[ 김보영 기자 ] 인도 출신 수학자인 스리니바사 라마누잔(1887~1920·사진 왼쪽)은 수학을 독학했다. 수천개의 정리가 별다른 설명 없이 나열된 책을 읽으며 직접 하나하나 증명하는 방식으로 익혔다. 라마누잔의 노트를 읽은 영국 수학자 하디가 높은 수준에 놀라 그를 영국 케임브리지대로 불러들였다. 라마누잔은 뛰어난 직관으로 단숨에 수학계 스타로 떠올랐다.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마드라스(지금의 타밀나두)의 우체국 직원이 세계적 수학자가 된 전설 같은 실화다.

시대를 막론하고 남과 다른 비범한 재능, 이른바 ‘천재성’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탁월한 성취를 이룬 이들에게 보내는 경탄은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모차르트는 남들과 무엇이 달라서 여덟 살에 첫 교향곡을 작곡했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수많은 발명을 해낼 수 있었던 창조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미쳤거나 천재거나》는 천재성에 대해 탐구한 1세대 도서라 할 수 있는 체자레 롬브로조(1835~1909)의 책이다. 원제는 ‘정신의학적으로 본 천재’다.

롬브로조는 ‘범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오늘날 과학수사대에서 쓰는 프로파일링 기법과 범죄 현장의 법의학적 해석 등 학문으로서의 범죄 연구를 처음 시도했다. 범죄자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천재성과 광기를 연관 짓는다. 천재성은 일종의 신경병이며, 정신병의 특이한 발현이라고 주장한다.

책에는 시대별로 광기에 시달린 다양한 위인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로베르트 슈만(1810~1856·사진 오른쪽)은 스물세 살 때부터 우울증에 시달렸다. 1854년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보들레르는 어린 시절부터 극단적인 감정에 시달렸다. 단순히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상점 유리창에 화분을 던진 적이 있을 정도로 충동적이었다고 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18~19세기는 우주를 수학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기계론적 세계관’이 득세한 시기였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낭만주의 조류가 당대를 이끌었다. 롬브로조의 주장은 뇌의학적 근거와 통계적 뒷받침이 허술해 오늘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초창기 연구서였던 그의 책을 읽으며 당시 지식인의 천재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롬브로조가 살았던 시기에는 우생학이 활발히 논의됐다. 다소 ‘위험한’ 주장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인종과 유전이 천재성과 광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의 모데나, 만투아, 룩가 등의 지역에서 다수의 천재가 배출됐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천재성이 발현되는 주요 요인으로 에트루리아계 혈통이라는 인종적 조건을 꼽으며 이렇게 단언한다. “에트루리아 혈통이라는 조건을 제외하면 그 원인을 설명할 수가 없다.” 비판적으로 읽으면 흥미로운 책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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